[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가을에는 미친 선수가 필요하다.’
야구에서 포스트시즌만 가면 격언처럼 여겨지는 ‘가을 야구에 미친 선수’의 필요성. 대개는 예상치 못한 선수의 깜짝 활약을 기대하며 하는 말이기에 이름값만 보면 2020시즌 MVP 출신인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프리먼이 시즌 막판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월드시리즈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타율 0.219에 그치며 ‘왜 아픈 선수를 쓰나’라는 비판까지 받았던걸 감안하면 이번 월드시리즈 3경기 전경기 홈런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까지 합치면 무려 월드시리즈 5경기 연속홈런이라는 점에서 월드시리즈만 되면 미쳐버리는 프리먼의 존재가 다저스 팬들을 든든하게 한다.

LA 다저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9시 8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7판4선승제) 3차전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2 승리했다.
홈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을 6-3, 2차전을 4-2로 이긴 다저스는 뉴욕 원정에서의 첫 경기마저 잡아내며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다저스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프레디 프리먼의 투런포로 승기를 잡았고 3회와 6회 한점씩 차곡차곡 점수를 냈다. 양키스는 9회말 2아웃에서 알렉스 버두고가 투런포를 쏘아올렸지만 따라잡기엔 아웃카운트 하나 밖에 남지 않아 결국 4-2로 다저스가 승리했다.
프리먼은 올시즌 막판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내내 고통을 참으며 경기를 뛰었다. 안타를 치고 1루로 뛰어가는데 절뚝이는 모습이 여러번 잡혔고 점수차가 벌어지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빨리 프리먼을 바꿔 휴식을 주기도 했다. 아예 경기를 쉬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속 부상을 안고 뛰는 프리먼의 상태가 정상적일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프리먼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월드시리즈 전까지 타율 0.219 OPS 0.461의 매우 부진한 타격 성적을 보였다. 이러다보니 '왜 아픈 선수를 뛰게하냐'는 현지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프리먼은 월드시리즈 1차전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이라는 거짓말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며 부활했다. 그리고 2차전에서도 3회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직전 타석에서의 2점홈런에 이어 곧바로 타석에 나와 솔로홈런을 만들어내며 백투백 홈런으로 다저스에 승리를 확정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3차전에서도 1회 시작과 동시에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렸고 결국 이 점수는 결승 점수가 돼 다저스에 승리를 안겼다. 뉴욕 원정을 와 뉴욕팬들의 야유 속에 기세가 눌릴 수 있었던 다저스지만 1회 경기시작하자마자 프리먼이 선제 투런포를 치며 양키스타디움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이날 경기 자체를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프리먼은 2021시즌 애틀랜타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월드시리즈 5,6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쏘아올리며 애틀랜타 우승에 최고의 기여를 했고 이후 2년을 걸러 이번에는 다저스 소속으로 다시 나온 월드시리즈에서 1,2,3차전 모두 홈런을 쏘아올리며 월드시리즈 5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이는 월드시리즈 연속경기 홈런 공동 1위(조지 스프링어, 2017~2019)의 기록.

모두가 월드시리즈에 오타니 쇼헤이와 애런 저지의 맞대결에만 주목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50홈런-50도루를 기록한 오타니, 역사적인 58홈런 시즌을 만든 저지이기에 그럴만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주인공은 부상을 안고도 월드시리즈가 되니 미쳐버리며 월드시리즈에서만 5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쓴 프리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