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치열한 동해안 더비를 마친 양 팀의 감독들이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소감을 전했다.
울산은 27일 오후 2시 경상북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5라운드 포항과 ‘동해안 더비’ 원정경기서 2-0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이 승리로 승점 65점(19승8무8패)을 쌓아 리그 1위를 지키고 2위 강원(승점 61)의 추격으로부터 일단 도망갈 수 있었다. 만약 울산이 오는 11월1일 강원과 홈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다른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다.
반면 포항은 이 패배로 승점 52점(14승10무11패)의 5위에 머물렀다. 선두 울산과 승점 13점 차가 된 상황. 남은 리그 세 경기에서 포항 전승-울산 전패의 결과가 나와도 포항이 9점을 좁히는 데 그쳐 울산의 승점을 넘을 수 없기에, 포항의 올 시즌 K리그1 우승은 불가능해졌다.
계속되는 ‘위기 뒤 기회’를 먼저 득점으로 연결한 쪽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곧바로 전반 32분 오른쪽으로 공격 전개 후 루빅손의 낮은 크로스를 문전에서 왼발로 마무리한 고승범의 선제골로 1-0 앞서나갔다. 양 팀 모두 골에 근접한 상황이 번갈아 나오다 결국 울산이 한 끗 차이로 먼저 득점에 닿았다. 그것도 포항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뒤 고작 1분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포항은 전반 추가시간 2분 어정원과 완델손의 연속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조현우 울산 골키퍼의 선방에 모두 막히며 리드를 내준 채 전반전을 마치게 됐다.
동점골을 간절히 원하던 포항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센터백 이규백이 포항 진영 왼쪽 측면에서 공을 가진 울산 이청용을 저지하려가 이청용의 왼쪽 무릎을 향해 발 높은 태클을 가해 퇴장을 당하고 만 것. 수적 열세에 처한 포항은 이규백의 퇴장으로 미드필더 오베르단을 잠시 센터백으로 기용하다. 수비수 최현웅을 투입해 중앙 수비를 메워야 했다.
울산은 포항의 상처를 놓치지 않고 물어뜯어 기어이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19분 문전에서 보야니치의 패스를 골대 등지고 받은 주민규가 순식간에 몸의 방향을 골대 족으로 틀어 오른발로 마무리해 울산의 2-0 승리를 만들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임한 김판곤 울산 감독은 “경기 전에 주민규의 해 뜰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날 퀄리티를 보여줬다. 선수들도 많이 도와줬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다음 라운드에서 강원을 이기면 우승을 확정하는 것에는 “결정을 짓겠다는 마음보다는 매 경기 이긴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홈경기이기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 경기에 너무 에너지를 쏟다가 다음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하던 대로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에 임한 박태하 포항 감독은 “퇴장 상황은 속상하다. 하지만 선수들이 한 팀이 돼서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선수들과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수적으로 동등한 상황으로 끝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선수 개인의 퀄리티는 상대적으로 뒤질지 모르나 해볼 만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실수한 선수도 있지만 성장 과정이다. 질책보다는 격려의 말을 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